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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팬틱봉(7,027m) 산행기(2)/파키스판 카라코람 다카포쉬...

왕마구리 2007. 11. 23. 15:12

2006년 경희대학교산악부 브로드 피크봉 10주기 추모원정대로 스팬틱봉 원정(2006년 6월 30일~8월 4일) 중 촬영한 사진들이다. 원정대의 일원으로 함께 한 아들(천우용)이 7월 4일부터 7월 25일까지 산행 중 메모형식으로 적은 일기를 간략하게 사진과 함께 적어보기로 한다.

 

♧ 원정개요

1.원정대 명칭 : 2006년 경희대학교 브로드 피크봉 10주기 추모원정대

2.원정 대상지 및 대상산

   1)추모트레킹 : 파키스탄 카라코람산맥 발토르빙하 일대

   2)추모등반 : 카라코람산맥 라카포쉬 스판틱봉(7,027m)

3.원정일자 : 2006년 6월 30일 ~ 8월 4일(총 35일간)

4.주 최 : 경희대학교 산악부, 경희산악회

5.원정대원(3명) : 최성호(경희대학교산악부 재학생 부원, 대장/장비 및 행정)

                      천우용(경희대학교산악부 재학생 대장, 대원/식량 및 기록)

                      이치상(경희대산악부OB, 경희산악회 회원, 대원/촬영 및 회계)

 

- 제 2편 추모등반 스판틱봉을 향하여(2006년 7월 16일 ~ 7월 25일) -

  

 ▲ 스팬틱봉 정상 전경

 

7월 16일(일)

이제 이번 원정의 두 번째 목적지인 스팬틱봉 등반을 위해 Jeep을 타고 아란두로 이동을 했다. 이곳은 지금까지 봐 왔던 마을들과는 달리 나무도 굉장히 많고, 녹지가 넓게 조성되어 있었다. 단 캠팅지에는 나무가 없어 그늘이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어제까지는 비가 내리고 해를 볼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맑고 무더운 예전의 날씨로 돌아가 있었다. 지금이 몬순기간이라 언제 또 다시이 일기가 나빠질지 알 수는 없지만 스판틱 등반이 끝날 때까지만 이라도 좋은 날씨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앞으로의 등반을 위해 이것저것 구입할 것을 의논해 보았지만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닭 1마리, 달걀 12개, 연료가 전부이다. 그런데 그 가격도 계속 변동이 있었다. 달걀 값은 처음에는 개당 6Rs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7Rs로 올랐고, 연료도 리터당 50Rs에서 55Rs로 올랐다. 그래도 우리에겐 필요한 물건들이니 하는 수 없이 오른 가격에 구입을 하였디.

이젠 모든 준비가 끝났다. 우리의 앞길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7월 17일(월)

이번 상행카랴반에 고용한 포터는 모두 9명이다. 발토로 빙하 때부터 함께 한 포터 둘에 아란두의 포터 7명이다. 그런데 7명 중에 2명은 자신들이 아이벡을 사냥해 주겠다고 한 아이벡 헌터이다. 물론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스팬틱 B.C로 향하다 먼저 스팬틱봉 정상 등정중인 충주시 산악연맹 '희망원정대'의 Cook을 만났는데, 그이 말로는 우리가 B.C.에 도착하는 날 1차 정상공격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B.C.에 도착하면 알게 되겠지만 꼭 사고없이 무사히 정상등정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란두를 떠나 짧은 빙하지역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지난 발토르 트래킹때 볼 수 없었던 광장히 많은 꽃들과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계속되는 이러한 숲길을 따르니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꽃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비교적 짧은 거리의 일정이었기에 목적지에 일찍 도착한 우리는 오랫만에 빨래도 하고 몸도 씻었다.

그리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보냈다.

 

 ▲ 스팬틱을 향한 상행 카랴반중 잠시 휴식을 취하며...

 

7월 18일(화)

Zahid의 말대로라면 오늘은 9시간의 강행군을 해야하기에 서둘러 일찍 출발을 하였다. 오늘의 목적지인 볼루초에서는 아이벡 헌터들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기대를 하며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일행의 이동 속도가 빠르다 보니 예상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볼루초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텐트 안에서 쉬려고 하는데 하늘에서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이 우리를 괴롭힌다. 애석하게도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은 하나같이 태양을 피해 떠다니고 있었다.

해가 어느정도 넘어가고 저녁식사를 할 때쯤이 되어서야 아이벡 헌터들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고, 기대가 컸던 만큼 그�의 실패에 대한 실망도 컸다. 그래서 식사 후에는 포터 문제 등으로 Zahid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결과 내일 아침 짐 체크를 다시 한 후 필요없는 포터들은 돌려보내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제 아침이면 드디어 스팬틱B.C.에 입성이다. 내일 도착하게 되면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정확한 방향이 잡힐 것이다. 처음의 계획대로 스팬틱 등반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제단

 

7월 19일(수)

아침부터 구름이 많이 끼어 있어 운행중에 간간히 해가 비칠 뿐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게다가 빙하위를 걷다보니 추위가 더했다. 처음에 3스테이지를 이동한다고 해서 굉장히 긴 거리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조금 걷다보니 저 멀리에 스팬틱B.C.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B.C.가 절벽 위에 있는 것처럼 보여 처음에는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걱정을 하였는데, 가까이 가니 그제야 길이 보이기 시작을 했다. 마치 절벽을 오르는 듯한 급한 경사의 길이 지그재그로 B.C.까지 나있었다.

급경사를 오르니 윗쪽에는 갖가지 꽃들이 만발해 있었고, 그 비밀의 화원을 지나자 탠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텐트 가까이에 가니 충주시연맹 단장님이 나오셔서 반겨주셨다. 그런데 캠프가 조용한 것이 아무도 보이지가 않았다. 단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자신을 제외한 모든 대원들이 지금 등반중이라고 하셨다.

치상이 형이 캠프2, 캠프3와 무선 교신을 해 보시고는 내일부터 스판틱 등반을 하기로 결정하셨다.

충주시 연맹에서 설치해 둔 캠프를 이용한 3박4일간의 짧은 등반이 될 것이고, 그에 필요한 장비와 식량 등을 점검하느라 갑자기 분주해졌다. 그리고 벌써부터 등반에 대한 생각에 긴장이 된다.

 

7월 20일(목)

아침부터 기분이 상쾌한 것이 왠지 산행이 잘 진행될 것같은 좋은 기분이 든다. 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껴있긴 하지만 등반에는 지장이 없을 듯 하다. 라마제를 지낸 후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캠프1까지는 눈도 없고 트레킹화를 신어도 문제없을 정도의 길이었다. 우리가 캠프1에 도착할 즈음에 어제 먼저 출발했던 호주 팀이 캠프1을 출발하고 있었다. 캠프1에 도착해서 텐트 안을 보니 충주시연맹 팀원들의 트레킹화와 식량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거기서 베이컨과 장조림을 챙기고 텐트 밖에서 신발을 이중화로 갈아 신고서 스패치와 아이젠을 착용했다.

캠프1에서 부터는 눈도 많고 위험하기 때문에 만발의 준비를 갖추고는 호주 팀의 뒤를 따라 캠프2로 향했다.

캠프1을 출발하여 캠프2로 향하던 중간지점에서 하산을 하고 있던 충주시연맹 팀을 만날 수 있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서는 김영식 대장께 루터상황을 여쭈어 보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헤어지는 우리에게 내일부터는 날씨가 맑을거라시며 무사히 등반을 마치고 돌아오라고 격려를 해주시고는 B.C.를 향해 내려가셨다.

캠프2에 도착하자 무거운 이중화를 신고 와서인지 다리가 몹시 힘들었다. 치상이 형이 B.C.와의 무선교신 후 내일의 일정에 관한 일정에 대하여 간단히 회의를 하였다. 그리고 내일의 힘든 일정을 앞두고 눈을 감았다.

 

 

 ▲ 스팬틱봉을 향하다 조우한 충주시산악연맹 희망원정대

 

 ▲ 캠프에서...

 

7월 21일(금)

지금까지의 일정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날을 꼽으라면 나믐 주저없이 오늘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 나의 체력은 완전 바닥난 상태라 할 수 있다. 설벽에 픽스로프가 깔려있긴 했지만 그 경사는 내가 여느 때 봐 왔던 곳보다 급했으며, 푹푹 빠지는 눈은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게다가 빙벽용 아이젠을 착용하다 보니 발밑에 스노우볼이 생겨 미끄럽고 발을 무겁게 만들었다. 설벽을 모두 오르니 우리 뒤를 따라 올라오던 호주 팀은 포기를 했는지 캠프2로 다시 돌아갔다.

무거워진 다리를 끌고 캠프3에 도착했지만 고소의 영향인지 온몸에 힘이 없고, 머리도 멍한 것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갑자기 내일 있을 정상공격에 대한 걱정이 생겼다. 그런 나에게 여기에 왔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르기 위해 온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져본다. 반드시 성공하고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 정상을 향하여...

 

 ▲ 정상이 저긴데...

 

7월 22일(토)

매우 이른 시각...

해도 달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작은 헤드렌턴에 의지한 채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다. 아주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걷듯 어둠 속을 걸었다.

새벽 4시경부터 주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의 목적지인 스팬틱봉이 점점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그러자 지금까지보다 더욱 빠르게 그리고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런데 6,500m쯤을 넘어서자 문제가 하나 생겼다. 그 문제는 바로 나에게 찾아논 것이었다. 고소가 온 것이었는데 머릿속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으며 옴몸의 힘이 쭉 빠지면서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기에 몇 걸음 걷고 쉬고, 몇 걸음 걷고 쉬기를 반복하며 마침내 정상에 도착을 했다.

정상에 도착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사방으로 퍼져 있었다. 저 멀리로는 작은 봉우리들 사이로 불쑥 솟아 있는 K2와 브로드피크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브로드피크가 보이는 정상에 세 선배님들(故 한동근, 양재모, 임순택)의 사진을 고이 묻어두고 캠프3를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이미 힘이 빠져버린 나의 몸은 치상이 형과 성호 형의 도움으로 간신히 캠프3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캠프3로 내려와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한국에 돌아가서는 체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 스팬틱봉 정상에서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

 

7월 23일(일)

우리의 등반을 위하여 충주시연맹에서 남겨두었던 텐트를 걷고는 B.C.로의 철수를 준비했다. 그리고는 캠프2로 출발을 했다. 캠프3에서 캠프2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 가장 힘들었던 길이었다. 역시나 그 길은 내려갈 때도 만만치가 않았다. 픽스로프에는 자기 확보를 하고 조심스럽게 하산을 하였는데 픽스로프가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서 성호 형이 부상을 입고 말았다. 전부터 약간 좋지 않았던 무릎을 접질린 듯 했으나 다행이도 걸을 수가 있었지만 무거운 짐을 지고 내려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캠프2에 도착하자 B.C.와 무전을 취하여 캠프 철수를 돕기 위해 캠프1으로 이동하는 대원 중에서 1명이 캠프2로 올라와서 캠프2 철수를 돕기로 하였다. 결국 나와 성호 형이 먼저 하산을 시작하고 치상이 형께서 남으셔서 올라오고 있는 대원과 합류하여 내려오시기로 결정을 하였다.

나와 성호 형이 중간정도를 내려왔을 때 올라오고 있는 대원을 만났는데 충주시연맹의 셀파인 폐마였다. 이날 셀파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중간지점에서 만났던 폐마가 우리가 캠프1에 도착하기도 전에 캠프2의 짐들을 챙겨서 지고는 우리를 앞질러 내려간 것이다. 우리가 도착하니 충주시 대원들 뿐만 아니라 우리 팀의 Zahid와 Raja 모두 올라와서 우리를 반겨줬다. 우리가 도착하고 30분 정도 후에 치상이 형도 내려 오셨다. 모두 모이자 우리는 함께 B.C.로 이동하였다. 이것으로 스팬틱 등반이 끝난 것이다.

오늘은 모든 것을 잊고 정말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 스팬틱봉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길에서(1)...

 

 ▲ 스팬틱봉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길에서(2)...

 

 ▲ 스�틱봉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길에서(3)...

 

7월 24일(월)

모든 등반이 끝나고 B.C.를 철수했다.

우리 팀과 충주시 팀이 함께 하산을 시작했다. 상행 카랴반 때 3일이 걸렸던 거리를 2일 만에 내려가기로 해서인지 처음부터 이동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지금까지 누적된 피로로 다리가 천근만근으로 무겁기만 했다. 거기다 긴 거리를 이동하다 보니 힘이 들어 처음에는 빨리 걷다가 나중에는 속도를 줄여 약간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면서 자연히 이동속도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뉘게 되었는데 나는 중간에서 충주팀의 석희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앞의 팀을 따랐다. 첫 날인 오늘 많이 내려왔기 때문에 내일 아란두까지의 이동에 부담이 적다. 또한 산행이 모두 끝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하다.

목적지인 만피구아에 도착하고 30분 정도 지나자 치상이 형과 성호 형이 도착을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듯 하다. 치상이 형과 함께 내려오시던 충주시 팀의 단장님이 보이질 않으신다. 다리 쪽에 약간의 문제가 생긴 듯 한데 나중에 몇 명의 대원이 올라갔고, 오후 8시가 되어서야 내려 오셨다. 다행히도 큰 부상은 아니어서 내일의 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 했다.

어느새 하늘에는 해가 있던 자리를 대신해 별들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7월 25일(화)

하행 카랴반의 마지막 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다. 그리고 덩달아 발걸음도 가볍다.

3시간만에 아란두로 내려오니 후세인이라는 사람이 빙하 마지막 부분에서 팀원들에게 콜라를 따라주고 있었다. 이 때 마신 콜라가 내가 지금까지 마셔 본 콜라 중에서 가장 시원하고 맛있었던 것 같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아란두에 도착을 해서는 후세인의 집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점심식사를 대접받고 Jeep을 타고 스카르두로 이동을 했다.

원래의 계획은 중간에 히드라바드로 들려 보관해 둔 짐을 찾아가려고 했으나 불어난 물로 다른 곳을 거쳐 스카르두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스카르두에 도착하여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앉았다.

거울에 비친 나의 검게 탄 얼굴이 보였다.

그러자 지금까지 있었던 발토로 트레킹, 스판틱 등반 등 지나간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가족들의 얼굴도...

 

 

 ▲ 하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