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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급수

왕마구리 2007. 12. 14. 14:48
당신의 산행급수는 몇급?

8급부터 9단까지 분류한 이 글은 증명사진만 찰칵 찍어가는 증명입산(7급), 산을 마라톤 코스로 착각하고 무조건 내달리는 선수입산(2급), 사람과 산의 관계를 깨닫고 마음 속에 산을 담을 줄 아는 자아입산(5단) 등 산과 함께 농익어 가는 등산철학을 8급부터 9단까지 나눴다. 마지막 단계인 9단은 스스로가 작은 산이 되어 남는, 입산금지다.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가시가 있는 이 글을 읽다보면 자신의 산행스타일을 돌아보게 된다.

타의입산(8급)
회사나 모임에서 결정괸 산행만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서며 마른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 바란다.

증명입산(7급)
경치 좋은 곳에서 대충 사진만 찍고, 그사진을 활용해 한국의 산은 다 가봤다고 우긴다.

섭생입산(6급)
오로지 ‘먹기 위해’ 산에 가며 배낭에는 등산 장비는 없고 먹을 것만 있다.

중도입산(5급)
산행을 하되 꼭 중간에 하산하며 정상에 올라야 산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화초입산(4급)
내내 집에만 있다가 꽃 치는 춘삼월이나 만산홍엽으로 불타는 가을에만 산꾼으로 돌변하다.

음주입산(3급)
하산주를 마셔야 산행이 끝난다고 주장하며 어떤 때는 정상에서부터 취해 비틀거린다.

선수입산(2급)
무조건 빠르게 가려고만 하며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무시입산(1급)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제사가 있거나 아이가 아프거나 구애받지 않고 계획한 산행은 꼭 간다.

야간입산(초단)
산에 갈 시간이 없음을 한탄하며 주말은 물론 퇴근 후 밤에도 산을 오른다.

면벽입산(2단)
바위가 애인이라 여기며 틈도 없는 바위에 몸을 비벼가며 온갖 퍼포먼스를 한다.

면빙입산(3단)
날씨가 추워지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얼음도끼와 쇠발톱을 꺼내놓고 만지작거린다.

합계입산(4단)
면벽과 면빙수도를 마치고 산에 대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며 히말라야로 떠나는 공상만 한다.

설산입산(5단)
‘생즉필사 사즉필생’의 출사표를 남기고 만년설 히말라야로 원정을 떠난다.

자아입산(6단)
진정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과 산의 관계를 알게 된다.

불문입산(7단)
‘산 아래 산 없고 산 위에 산 없다’ 라는 선문답을 즐겨하며 유유자적 산을 오른다.

소산입산(8단)
작은 산도 크고 높게 보는 안목이 있지만 하산주 시간이면 회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입산금지(9단)
이미 죽어 스스로 작은 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