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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빈슨매시프(Vinson Massif 4,879m) 원정기(2)

왕마구리 2008. 3. 2. 21:43

- 제2편 : 열리지 않는 남극의 문(2008년 1월 7일 ~ 1월 13일) -

▲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원 일정대로라면 1월 10일 푼타아레나스를 떠나 남극으로 향하여 남극 최고봉인 빈슨매시프 등정길에 올라야 하는데, 강풍이 부는 등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 '패트리어트 힐(Patriot Hill)'행 비행기가 뜨지 않아 푼타아레나스에 발이 묶여 일정보다 늦은 1월 14일 푼타아레나스를 출발, 남극 패트리어트 힐로 향하게 되어 4일간을 더 푼타아레나스에 머무르게 되었다.

푼타아레나스에 머무르는 동안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덕분에 주변의 몇 군데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뽑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곳 중의 하나인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팽귄마을 등 몇 군데 관광을 할 수가 있었고, 그리고 숙소였던 Hain Hotel의 릴리안 할머니의 일요일 바비큐파티에 초대를 받는 등 푼타아레나스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제2편 : 열리지 않는 남극의 문- 원정기에서는 짧은 기간이지만 여러 곳을 둘러 본 관계로 많은 사진들이 있어 3부로 나누어 게재를 하기로 한다.

 

      제 1부 : 파타고니아 최고의 절경 '토레스 델 파이네'

     제 2부 : 푼타아레나스에서의 여유

     제 3부 : 팽귄마을과 푼타아레나스의 훈훈한 인정(人情)

 

- 제 1부 : 파타고니아 최고의 절경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

▲ 아버지 모교인 '대구고등학교 2008년 개교 50주년'을 축하하며 깃발을 들고 기념촬영

 

 

1월 7일(월)

5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남극의 최종 관문인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에 도착을 했다. 기본적으로 약간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내려서인지 조금은 추위를 느끼게 한다. 점점 남극과 가까워져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공항에서 호텔인 Hain Hotel로 바로 온 우리는 우연히도 의사로 세종기지 월동대원에 참여하는 정호형을 만났다. LA에서부터 계속해서 마주치다보니 원래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어 버렸다. ^^ 이르면 내일 세종기지로 들어 간다고 하니,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헤어진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오늘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인데, 결국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을 가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7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려 도착한 파이네국립공원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그 아름다운 경치에 놀랐으며, 그 규모와 웅장함에 또 한 번 놀랐고, 마지막으로는 국립공원의 보존 상태에 대해 놀랐다.

비록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였지만, 그러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보고 느끼는 즐거움이 있었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더욱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에서 오는 아쉬움이 컸다. 이 모든 곳을 트레킹으로 둘러보게 될 세종기지팀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표지판을 배경으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바람이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땅. 파타고니아(Patagonia).

우리나라 면적의 11배에 이르는 광활한 대지에 끝 없이 펼쳐지는 평원이 있는 곳으로, 평원을 달리다 만나는 반짝이는 호수와 솜씨 좋은 예술가의 작품인 듯 멋지게 조각되어 있는 설산들은 파타고니아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파타고니아는 협곡과 피요드르, 섬 , 호수의 그 모양과 색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을 지닌 곳으로, 스페인 식민시대를 겪었던 애절한 아픔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더욱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땅이다.

보통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위 37도 이남 지역을 통들어 '파타고니아(Patagonia)'라고 부르지만, 파타고니아가 행정구역상의 지명은 아니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두 나라에 사이좋게 걸쳐 있는 지역이다.

파타고니아의 절경은 토레스 델 파이네 파타고니아에서도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즉 '파이네의 탑'이라고 해석되는 곳이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고 있다. 화강암으로 빚어진 해발 2,000m 이상의 고봉들이 유럽의 고성처럼 기품있게 늘어서 있으며, 특히 양뿔 모양의 거대한 봉우리는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거대한 봉우리에 살포시 앉아 있는 눈과 바람을 머금은 초원, 그리고 그 초원을 가득 메운 회색빛 덤불과 풀밭들은 일상에 무뎌진 촉수를 살짝 자극하게 만든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뽑은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50곳 중 낙원의 하나로 선정된 곳으로 1978년 세계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 가기 위해서 먼저 파타고니아 지역의 베이스 캠프격인 칠레의 푸체르토 나탈레스로 향해야 하는데 이곳은 푼타아레나스보다 작은 도시로 마을 자체는 볼거리가 많지 않지만 아담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정감이 가는 곳이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는 관광객들은 푼타아레나스에 머물면서 당일로 이곳을 여행하게 되는데 푼타아레나스에서는 약 5시간 이상이 걸린다.

공원이라고 불리어지지만 도시 하나가 들어 갈 정도로 넓고 광활하며 많은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횡단로만 해도 100km에 이른다. 공원에는 하이킹을 위한 길부터 자동차가 다니는 길 등 여러가지 길이 있으며, 그 어떤 길을 따라가더라도 공원의 보석같은 절경인 폭포와 호수, 빙하를 만날 수 있다.

 

 ▲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이 시작되는 '쿠에바 델 밀로돈(밀로돈 동굴)'

 ▲ 전설의 동물인 '밀로돈' 형상 앞에서...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내의 관광로와 주변 전경들

 

여행의 시작은 '쿠에바 델 밀로돈' 즉 밀로돈 동굴에서 부터 이루어지는데, 이 동굴은 선사시대 원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높이 30m, 깊이 200m에 달한다. 이 동굴에 키 3m, 몸무게 1,000kg에 달하는 이빨이 없는 곰처럼 생긴 '밀로돈'이라는 동물이 살았다고 전해지며, 1896년 독일의 고고학자에 의해 가죽과 뼈가 발견되어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일으켰다. 이 밀로돈이 사라진 이후부터 이 지역이 초원에서 산림지대로 바뀌는 등 생태계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월경 칠레나 아르헨티나는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열기를 내뿜고 있을 때지만 이곳은 지대가 높아 추울 뿐만 아니라 눈 앞에 펼쳐지는 만년설로 더욱 오싹해 진다. 그러나 그 오싹함도 오래가진 않는다. 뛰어노는 동물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금새 몸도 마음도 열이 오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매랄드 물빛을 자랑하는 빙하 호수 앞에 서서 병풍처럼 펼쳐진 설봉들을 바라다보고 있으면. 살아있는 것이 그렇게나 감사할 수가 없다. 이때 머리 위로 신령스러운 새인 콘도르라도 한 나리 날고 있다면 평안을 기원하는 기도라도 드리고 싶어진다.

 

 

 

 

 

 

 

 

 

 

 

 

 

▲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으로 들어서 바라다 본 전경들

 

공원 속으로 한 걸음 다가갈수록 수직으로 솟아 있는 고봉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그 장엄함에 놀라 발걸음을 멈추게 되고, 자연의 경이로움을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살토 그란데(Saltto Grande)에 도착하면 오랜 세월동안 쉬지 않고 흘러 내렸을 폭포와 작은 호수, 그리고 그 산위로 살그머니 떠 있는 무지개, 그 모든 것을 내려다 보며 품고 있는 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가 있다. 형광빛이 뿜어나는 오묘한 빙하 조각폭포에서 내려와 서쪽으로 이동을 계속하면 오른쪽으로 푼타 바리로체, 쿰브레 센트럴, 쿰보레 노트르 등 등 해발 2,000m 후반에서 3,000m를 넘는 봉우리들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장엄한 풍경에 감탄하며 좀 더 깊이 들어가면 토레스 델 파이네의 진정한 매력 빙하가 나타난다. 이 공원 안에만 12개의 빙하가 숨 쉬고 있으며 수 km에 달하는 빙하를 다 감상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부족하므로 여행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그레이 빙하만은 꼭 감상을 하여야 한다. 그레이 빙하는 길이 6km, 두께 30m에 오묘한 색을 발하고 있으며 멀리서 볼 때는 회색빛을 띄고 있다. 그러나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 조각은 형광빛이 감도는 오묘한 하늘색이다.

호수 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빙하를 보면 색이 참 묘해서 혹시 누군가 인공으로 만들어 띄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 빙하와 수만 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하다보면 빙하를 보러 오는 길에 만났던 뾰족한 산들이 떠오르는데, 그 산들 역시 모두 빙하가 사라지면서 만들어진 훈장 같은 것일터,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에 자연의 역사와 섭리가 고스란히 담거져 있다니 역시 자연은 멋진 작품이다.

 

▼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장엄하고 기묘한 암봉들

 

 

 

 

 

 

 

▲ 고봉사이의 빙하지대

▲ 오묘한 하늘색을 띄며 호수를 떠다니는 빙하 조각들

 

 

▼ 호수와 어우러진 풍경들

 

 

 

 

 

 

▼ 토레스 델 파이네의 폭포와 계곡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을 여행하는 또 하나의 재미는 야생동물을 만나는 것이다.

거센 바람을 동식물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싶은데, 사막에 놀라운 생명이 존재하듯 이곳에도 둥지를 틀고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작은 낙타처럼 생긴 난두와 과나코, 쿨페오 여우를 공원 안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다. 과나코는 안데스 산맥에서 볼 수 있는 라마와 비슷한 동물로 30~40마리씩 떼를 지어 다닌다. 이 동물들의 특징은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아 가까이 다가 가서 말을 걸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든다.

 

 

 

 

 

▲ 야생동물과의 만남

 

☞ 여행정보

【 비 자 】 별도로 필요가 없음

【 시 차 】 한국시간 -13시간

【 환 율 】 칠레 페소 (약 2,000원/1,000페소)

【 날 씨 】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윈드브레이커를 입는 것이 좋으며, 트레킹을 위해서는 등산화가 필수

【 여행시기 및 기타 】 트레킹 시즌은 12월 초부터 3월 말까지이며, 남미의 여름 휴가 시즌인 1~2월 중순까지는 성수기로 산장이나 캠프장이 붐빈다.

                                아침 8시 출발해 저녁 7시경에 돌아오는 일일 버스투어가 있으며, 빙하 하이킹, 3~8일 트레킹 등 다양한 여행상품이 있다.

【 참고할 싸이트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www.torresdelpaine.com)

    칠레 대사관(www.echilecor.or.kr)

    라틴아메리카 전문여행사인 비바 라틴(www.vivalat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