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편 : 열리지 않는 남극의 문(2008년 1월 7일 ~ 1월 13일) -
▲ 푼타아레나스 해안
- 제 2부 :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에서의 여유 -
1월 8일(화)
아침 7시...
일어나니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의 피로는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아무 이유없이 눈이 떠졌지만 기분은 아주 상쾌하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올라가니 창밖으로 비가 조금씩,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세종기지 월동팀은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계속해서 회의를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뒤로 하고 Plaza Hotel로 옮기기 위해 짐을 챙겨 호텔을 나왔다. Plaza Hotel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사람이 고개를 숙인채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혜란아!"라고 소리쳤다. 기상이 나빠 세종기지에 묶여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세종기지팀의 혜란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날씨가 좋았던 어제 모두 무사히 세종기지에서 푼타아레나스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세종기지팀 덕분에 오늘은 오랜만에 맛있는 김치찌게를 먹을 수 있었다.
맛있는 식사 대접을 받았지만 대신에 많은 시간이 흘러 벌써 저녁 10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밖은 점심 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밝았으며, 길거리의 사람들도 활기가 차 있었다.
다만 내 몸만은 신체 리듬이 정확해서 호텔로 돌아오자 졸음이 쏟아졌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게 될 세종기지팀은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짐을 싸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러한 분주한 분위기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내 몸은 침대와 하나가 되어 서서히 잠에 빠져 들었다.
♧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
칠레 남부 마가야네스이라안타르크티카칠레나 주와 마가야네스 군의 수도로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의 마젤란 해협에 맞닿아 있는 세계 최남단의 대도시이다.
인구는 117,861명(2006년 기준)이며 1927~1937년 까지는 마가야네스라 불리어진 도시이다.
1849년 호세 데 로스 산토스 마르도네스 대령이 건설한 도시로, 파나마 운하 개통(1914년)과 석탄(지금도 인근에서 채광되고 있음) 대신 유류를 쓰기 전까지 기항지이며 석탄공급소로 번창을 하였다.
현재 대규모 목양지의 서비스 센터로서 수피, 양모, 냉동 양고기를 가공, 수출하고 있으며, 항구는 현지의 목재와 석유 제품들의 선적항으로 이용되고 있다. 부근의 티에라댈푸에고 유전, 자유항으로서의 이점, 육해공군 수비대의 주둔 등이 모두 푼타아레나스 도시 근대화 발전에 기여를 하고 있으며, 육지 교통망과 국제 공항을 통해 북쪽과 티에라델푸에고를 연결하고 있다.
▲ 세종기지팀과 조우하여 함께 식사도 즐기고...
▲ 푼타아레나스 시내의 난전도 구경하며 여유를 가져보고...
▼ 푼타아레나스 시가지 전경들
1월 9일(수)
만남 뒤엔 헤어짐이 있는 법...
오랜만에 만난 세종기지팀과의 즐거운 하루 시간을 보내고 세종기지팀은 파타고니아로 향해 출발을 했다. 대부대가 떠나고 나니 조용한 가운데 '이젠 우리 차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10시. 우리와 함께 남극으로 들어가게 될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2시간에 걸친 ANI(Adventure Network International/ 미국의 남극지역 항공과 관광 전문 가이드 회사)의 브리핑을 위해서이다. 모인 사람들을 살펴보니 성훈이와 나를 제외하고는 젊은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고령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다.
브리핑이 끝나자 각자의 숙소로 흩어졌으며, 우리 방으로 장비를 체크하기 위해 ANI에서 방문을 했다. 그런 후에 먼저 보낼 짐과 비행기에 들고 탈 짐, 그리고 호텔에 남겨 두고 갈 짐 등으로 분류하였다. 그러고 나자 먼저 보낼 짐을 수거하기 위해 ANI에서 호텔을 다시 한 번 더 방문을 하였다.
오늘 하루 짐과의 전쟁을 한바탕 치루고 나니 조금 시간적 여유가 생겨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오랜만에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제는 날씨가 좋아서 하루라도 빨리 빈슨매시프로 날아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1월 10일(목)
원 계획대로라면 오늘 푼타아레나스를 출발하여 남극의 페트리어트 힐로 들어가야 하는데 기상악화로 항공 스케줄이 취소되어 시내에서 대기.
▲ 마젤란 동상
▲ 푼타아레나스 시가지 전경
1월 11일(금)
원래대로라면 어제(10일) 출발이었던 일정이 기상악화로 취소되었다. ANI에서는 내일까지 날씨가 안 좋을거라는 소식을 전하며, 내일 저녁 6시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을 남겼다.
온몸에 힘이 쫘~악 빠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틀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지난 이틀처럼 보내기 보다는 무언가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파타고니아의 FitzRoy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호텔을 나와 FitzRoy를 가기 위해 여행사와 버스터미널을 모두 돌아 다니며 방법을 모색하였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이틀이라는 시간은 파타고니아의 FitzRoy를 다녀오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갈 때와 마찬가지로 Puerto Natales를 거쳐서 가야 하는데, Puerto Natales에서의 돌아오는 차편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는 다녀오기가 힘들 것 같았다. 결국 포기를 하고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팽귄마을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솔직히 별로 볼 것도 없다는데...-_-
참고로 파타고니아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Puerto Natales까지 Punta Arenas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1시간 30분 간격으로 많이 있으나, Puerto Natales에서 Calafate로 가는 차량은 오전에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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