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한라산과 제주오름

화산섬 제주를 만나다! 제주 오름:제Ⅰ편 일반적인 개요

왕마구리 2015. 3. 2. 02:12

수백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한라산 외에 제주 곳곳에 크고 작은 기생화산들이 무수히 솟아났다.

제주 사람들이 '오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제주시 구좌읍 화도리 해맞이해안로에서 '하도어촌계펜션(구좌읍 하도리 30번지, T064-783-1994)'을 운영하기 위해 제주에 발을 들여 높은지 벌써 1년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제주시 동부지역에 위치한 펜션 주변의 가볼만한 관광지인 성산일출봉, 우도, 섭지코지, 비자림, 만장굴, 사려니숲길 등은 펜션 운영 전 30여 차례의 제주 방문으로 많게는 3~4차례 이미 탐방을 하여 관심 밖에 있었으므로, 펜션 앞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제주올레길 제21코스'를 탐방한 것이 고작이었다.

 

 

                  ▲ 하도어촌계펜션

                       ▲ 펜션 우측으로 보이는 오름이 제주올레 제21코스'지미봉(땅끝)'

 

처음 해 보는 펜션 운영에 1년6개월이란 시간이 흘러 이제 어느 정도 노하우를 가지게 되어 주변의 관광지나 탐방지에 대한 관심을 다시 느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에 산재해 있는 368개의 오름이었으며, 특히 펜션에서 30분 이내의 거리에 산재해 있는 동부권의 오름(총 154개)이었다. 오름 중 가장 걸출한 오름들이 밀집해 있는 곳인 펜션이 위치한 구좌읍에 40개의 오름이 있고, 인접의 조천읍에 30개, 성산읍에 성산일출봉 포함 22개, 펜션 앞바다에 펼쳐져 있는 우도에 2개 등 동부권의 154개 중 94개의 오름이 위치해 있다.

한 곳의 오름을 오르는데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30분~2시간이면 충분한 탐방지이고 펜션에서 3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어 동부권의 오름 중 구좌읍, 조천읍, 성산읍의 94개 오름을 집중적으로 탐방해 볼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오름을 오를 계획을 세우고 나니 오름의 어원, 일반적인 특징, 형태나 생성 과정 등에 궁금증이 생겨 그 자료들을 조사해 먼저 정리를 해 보기로 한다.

 

『 오름의 정의 』

오름은 '분화구를 갖고 있고, 내용물이 화산 쇄설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산구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순 우리말로 제주에서만 통용되는 말이다.

재주 오름은 368곳(무인도 제외)으로 화산분출물에 의해 형선된 독립화산체 또는 한라산과의 관계에서 기생화산, 측화산이라고도 한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전역에 걸쳐 분포하며, 형성연대가 오래되지 않았고 빗물의 투수율이 높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분석구에는 보통 깔때기 모양의 분화구가 존재하지만 아주 작은 것은 분화구가 없는 경우도 있다. 보통 이러한 분화구를 스코리아 콘(scorla cone) 또는 암재구라 하는데 분화구가 없는 것은 스코리아 마운드(scorla mound)라고 하여 따로 분류한다.

 

                                         ▲ 분화구가 없는 스코리아 마운드가 관찰되는 송악산

 

모슬포 동쪽 송악산 주변에서 스코리아 마운드를 관찰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한라산을 제외하고 나머지 몽우리나 산들은 모두 오름으로 생각하면 되고, 추자도는 제주도와는 성인이 다르므로 추자도에는 오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제주도에는 설문대할망이 제주도와 육지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를 때 치마 틈새로 한 줌씩 떨어진 흙덩어리들이 오름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제주도에서의 삶을 이야기할 때 오름은 돌하르방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대상으로 제주도의 상징이기도 하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오름은 민속신앙의 터로 신성시되어 오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오름 곳곳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제를 지내던 터와 당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오름은 제주인의 생활근거지로 촌락의 모태가 된 삶의 터였다. 오름에는 샘이 있어서 그 주변을 중심으로 터를 잡고 화전을 일구고 밭농사와 목축을 하였다. 오름은 좋은 사냥터이고, 오름 안의 동굴은 혈거의 좋은 장소이기도 했으며, 제주 전통기옥의 초가지붕을 덮었던 띠와 새를 구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오름은 망(亡)동상으로 제주인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죽어서 돌아갈 영혼의 안식처와 같은 곳이다. 오름 아래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다가 죽으면 마을 사람들은 상여를 메고 와 오름 능선 자락에 안장을 하여, 마을이 있는 오름에는 어김없이 그 마을의 공동묘지가 들어서 있다. 이 묘들은 오름을 축소 해 놓은 듯 그 모습이 오름과 매우 닮았다.

오름은 제주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현장으로 제주인들의 아픈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외지인의 공격을 받을 때는 오름에 숨기도 하였으며, 적의 침입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봉수대를 설치하여 통신망 역할도 하였는데 이를 망(望)오름이라 하였다. 역사적으로 몽골과 일본 등 외세의 침략시에는 항쟁의 거점이 되기도 하였다.

애월읍 광평리에 있는 붉은오름은 그 이름과 관련하여 몽골에 대항하여 끝까지 싸웠던 삼별초의 수장 김통정 장군의 전설이 전해지는데, 최후의 전투에서 장군과 70여명이 흘림 피가 오름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는데서 오름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하며, 4.3사건 때는 민중 봉기의 근거지가 되어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되는 비극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제주의 역사는 곧 오름의 역사이고 아픔과 쓰라린 상흔이 묻어 있는 곳이 오름이다.

오름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오름은 학술적 가치가 높다. 그러나 현재 오름은 경작지의 확대, 도로와 송전탑의 건설 등으로 인해 경관이 많이 훼손되었다. 또한 오름을 구성하는 스코리아는 도로포장과 분재의 재료로 쓰기 위해 채취가 늘어나고 인공 초지가 조성되면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삼나무와 같은 외래종의 무분별한 식재로 생태계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오름의 환경생태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오름을 지속 가능한 발전의 대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그 좋은 예가 선흘리 거문오름으로, 제주도 오름으로는 처음으로 2005년 천연기념물 제444호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 한국 최초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거문오름,벵뒤굴,만장굴,김녕굴,용천동굴,당처물동굴)'라는 명칭으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환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제되어 보호,관리되고 있다.

제주의 경관과 화산지질적 가치가 세계 최고임을 입증한 예로 그 중심에 제주오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 오름의 어원 』

제주도에서 '오름'이란 단어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언어들도 생겨 났지만 옛말들에 대한 기록은 한자, 향찰(이두)이고, 고려 시대 언어도 송나라 서장관으로 왔던 손목의 '계림유사'에서 고려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문헌상에 나타나는 '오름'을 규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오름'의 어원은 대체로 3가지로 전해지고 있다.

첫째, 우리말의 동사인 오르다에서 파생된 말로 추정된다.

둘째, 몽고어 '산, 산꼭대기'를 뜻하는 'ula, ulain, oro'

세째, 퉁그스어 계통(몽고어, 만주어, 오로켄어)에서 파생된 'ala, alin, oro'

 

제주에서는 오름 이외에도 산(山), 악(岳), 봉(峰,峯), 망(望) 그리고 산의 고유어인 뫼 등이 사용되고 있다.

- 산(山), 대정읍, 안덕면, 표선면의 일부 오름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지역은 제주도가 태종16년(1416)에 산남지역 인구가 증가되고 처리 사무가 늘어나 정의와 대정의 2현을 신설할 당시 현청이 있었던 곳으로서 당시 관리들의 생활 터전이 되었었다. 따라서 이들의 영향을 받아 학식 있음을 드러내어 '산'으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근산, 금산, 산방산, 영주산, 단산 등)

 

 

                  ▲ 사진 左로 부터. 고근산, 금산, 단산

 ◀ 산방산

- 악(岳), 원래 산세가 험해 쉽게 접근할 수 없을 때 붙이는 이름이다.

               제주의 오름 중 악이 붙여진 오름의 특성은 봉긋하게 솟아 있음이 공통적이다. 주로 서귀포시(행정동), 남원읍 지역 일부 오름들에서 발견되나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또한 일제 시대 때 일본군들이 주둔했던 오름들에 주로 쓰여진 것을 볼 때 문헌 등에 오름 이름을 한자 표기화하면서 의도적으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동수악, 수악, 논고악, 성판악, 녹하지악, 어승생악, 부대악 등)

 

 

                  ▲ 동수악, 수악, 논고악(사진 上 : 左로 부터), 보리앋, 녹하지악, 부대악(사진 下 : 左로부터)

  ◀ 어승생악

 

- 봉(峰), 봉수는 봉(烽, 햇불)과 수(燧, 연기)로써 급한 소식을 전하던 옛날의 통신시설이다.

               제주도에서는 제주, 정의, 대정 등 3개의 성과 섬 주위 9개의 진을 중심으로 오름 정상에 25개소의 봉수를, 해안 구릉에는 38개소의 연대를 설치하여 일종의 군사 시설로 이용하였다. 따라서 봉수대가 설치된 오름들은 대부분 봉(峰) 또는 망(望)을 쓰고 있는데 나중에는 봉수대가 없었던 곳에도 봉(峰)을 사용하기도 하였다.(원당봉, 지미봉, 독자봉, 자배봉, 남산봉, 예촌망 등)

 

 

                  ▲ 원당봉, 지미봉(사진 上 : 左로 부터), 자배봉, 남산봉, 예촌망(사진 下 : 左로부터)

 

- 뫼(메,미, 모), 산의 고유어로서 오름과 같은 의미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군뫼, 괴살메, 바리메, 큰물메, 노꼬메, 돌미, 비치미, 서모 등)

 

                                                 ▲ 괴살메(묘산봉, 사진 左), 왕이메(사진 右)

                                                 ▲ 족은바리메(사진 左), 큰물메(대수산봉, 사진 右)

                                                 ▲ 돌미(사진 左), 비치미(사진 右)

 

- 능선의 의미로서 '미르, 마루', 언덕의 의미로 동산을 잡목이 우거진 곳의 의미로 , 연목의 의미로 지(池), 모양새가 아름답다의 의미를 지닌 지(旨), 냇물의 의미로 내(川), 밭의 의미로 , 밑바닥의 의미로 , 돌절구 모양의 오목한 의미로 등도 오름의 대용어로 사용되고 있다.(팽이머르, 만세동산, 고냉이술, 열암지, 베릿내, 망밧, 가메창, 가메옥 등)

 

                                                 ▲ 만섿산(사진 左), 열안지(사진 右)

                                                 ▲ 베릿내음(사진 左), 가메창(사진 右)

 

『 오름의 이름 』

제주도 오름의 이름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지역 주민들에 의해 형국, 형상, 지세, 소재, 자라남, 방향, 전설 등을 주요인으로 하여 대소, 내외, 상하의 개념 등도 끌어 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지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칭도 많았고, 그 이름이 주는 의미도 다양해 질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름이 지어질 당시 곧바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세월이 흐르면서 표기상에도 혼란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오름의 표기 기준

- 고유어 표기를 우선으로 하였다.

   쇠머리(우도봉), 다랑쉬(월랑봉), 멀미(두산봉), 큰물메(대수산봉), 큰왕메(대왕산), 큰사슴이(대록산), 성널오름(성판악), 개오리(견월악), 살오름(미악산), 널개오름(판포오름), 절울이(송악산), 도들오름(도두봉), 바굼지오름(파군봉) 등

- 한자어로 굳어진 것은 한자어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일출봉, 독자봉, 달산봉, 북망산, 토산봉, 수월봉, 녹남봉 등

- 명사로 이름 지어진 것은 '오름'을 덧붙였다. 거미오름, 손지오름, 당오름, 북오름, 체오름, 칡오름 등

- 관형사로 이름 지어진 것에도 '오름'을 덧붙였다. 논오름, 거친오름, 민오름, 높은오름, 안친오름 등

- 합성어와 파생어로 이름 지어진 것은 '오름, 봉, 악' 등을 붙이지 않았다.

  (합성어)쇠머리, 가메옥, 거슨새미, 고냉이술, 열안지, 진물굼부리 등

  (파생어)용눈이, 윤드리, 가문이, 뒤꾸부니, 문석이, 모구리 등

- 대소 개념은 '큰-샛-족은' : 큰개오리-샛개오리-족은개오리, 큰물메-족은물메 등

- 안팎 개념은 '안-밖' : 안새미-맛새미, 안돌-당돌 등

- 상하 개념은 '상-하' : 웃방에-알방에, 웃선족이-알선족이, 웃바매기-알바매기 등

- 방향을 나타내는 것은 동,서,남,북의 의미를 앞에 넣되 '오름,봉,악' 등을 붙이지 않았다. : 동알-섯알, 섯궤펜이 등

- 딸림의 의미를 지닌 것은 원래의 이름에다 '알오름' 또는 '자락'을 붙였다. : 사라알오름, 멀미알오름, 모구리알오름, 사려니자락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