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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슨매시프를 다녀와서 '대학내일'과 Interview한 기사

왕마구리 2008. 3. 26. 00:08

남극 빈슨매시프 원정을 다녀와서 주간지인 대학 신문사 '대학내일'과 Interview한 기사내용인.

 

 

 

 

- 남극 최고봉 밟고 준비하는 제 2인생

 

 

 

 

 

 

413호

남극 최고봉 밟고 준비하는 제 2인생
우리 대학생들의 해외경험이 날이 갈수록 풍부해지고 있다. 여권과 항공권만 있으면 중국, 미국, 호주, 유럽 등 어지간한 ‘물 밖’ 여행은 다 가능하기 때문. 그러나 극지(極地)에 이르면 이야기는 다르다. 이번에 대학내일이 만난 사람은 지난 1월 한국 대학생 최초로 남극대륙 최고봉인 빈슨매시프(해발 4897m) 정상을 정복한 천우용씨다.


천우용 경희대 국제관계 03
백수경 학생리포터 sukyung1987@naver.com
사진 최부석 학생리포터

그를 만나기 전에 기사로 접한 ‘천우용’은 어깨가 떡 벌어지고, 팔뚝이 허벅지만하며 자기주장 확실하고 도전정신과 승리감이 가득 차있는 ‘마초’였다. 그러나 영화, 다큐멘터리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실제로 만난 그는 마른체격에 근육이 적당히 붙어 있었으며 시종일관 수줍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게다가 나중에 배우자가 원정을 반대하면 당연히 하지 않고 ‘부인(그는 기혼자다!)’과 함께 트레킹을 하겠다는 부드러운 남자였다.

 

근육맨이 아니었네?
우용씨는 대학교 산악부를 통해 산을 처음 접했다. 1학년 때는 너무 힘들어서 앞사람 발꿈치만 보고 따라다녔다고. 기어가고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이 쌓이면서 그 때부터 주위도 조금씩 보고 친구도 독려할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고.  그렇게 축적된 등산 경력으로 그는 06년 산악부 대장을 맡고 파키스탄의 스팬틱, 그리고 남극최고봉 정복에 이르는 두 번의 원정을 ‘저질렀다.’ 

“산악부 대장을 맡으면서 참 많이 배웠죠. 사람이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으면 그 지위에 맞게 행동을 하게 되요. 등반대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공부했고, 일반대원이더라도 기록담당이면 그걸 따라 배우는 거고….” 
천성적으로 배우는 걸 즐겨하는 우용씨는 군대도 해병대에 지원해 무조건 많이 배워나가겠다는 생각으로 가구 고치는 일부터 시작해서 행정업무까지 모조리 익혔다. 하루하루 뭐든 배워나갔기 때문에 2년의 군 생활이 쓸데없는 시간으로 여겨지지 않더란다. 나중엔 온 부대에서 뭐든 고장만 나면 우용씨를 불러서 고생했다고.

 

원정에 관한 대수롭잖은 스토리
사실 남극 최고봉 정복에 관한 스릴 넘치는 모험담을 기대했다. 하지만 우용씨는 그저 별 어려움 없이 걸음을 옮기다 보니 정상에 도착했다고 대답했다. 평소 단련하는 우리나라 산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단다. 단지 추위와 급변하는 날씨 때문에 3일을 하이캠프에 묶여 있었다고. 계속되는 시련과 고난에 관한 질문에 겨우 생각난 듯 특이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음식을 준비해 준 가이드가 한국인들은 라면을 좋아한다고 세 끼 모두 라면만 끓여 주는거예요. 그래서 고생했죠. 그런데 그 가이드, 끝까지 ‘여태껏 모두들 좋아했는데 당신들이 특이한 한국인’이라고 우기더라고요.(웃음)”

 

최고봉 정복의 소감을 우용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올라가는 중에는 주위의 높은 산들 때문에 가려서 풍경이 잘 안 보이는데 정상에 서면 전부 내 발밑에 있어요. 그 때의 성취감은 올라가 본 사람만 알아요. 사회에 나가서 정상에 섰을 때 기분이 이 기분과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만약 소극적인 성격에 고민을 갖고 있다면 성격 개조에 도움이 된다며 산행, 원정을 적극 추천했다. “큰 원정을 다녀오면 상상할 수 없었던 자신감과 큰 지원군을 얻게 돼요. 외국에만 나가도 전혀 다른 문화를 접해보고 새로운 대상에 부딪치는데 등반은 여기에 더해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죠.”

 

무역왕을 꿈꾸는 산사나이
알고보니 우용씨는 전문 산악인이 아닌 ‘무역왕’을 꿈꾸고 있었다. ‘해적왕(?)’에서 출발한 무역에 대한 꿈은 확고하다. “대기업에 속해서 내실을 다질 거예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어디서 몇 년 하다가 나와서 대박 낸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제가 산을 기어가면서 배운 것처럼 모두 순서가 있어요.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서 먼저 최고가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후에 세계 최고로 뻗어가는 거죠.” 산을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우용씨는 모든 것을 실용적인 배움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그는 이번 원정 때 배운 산악스키를 이용해 산악부 선배님과 함께 에베레스트 산악스키 최초 등반을 하고 싶단다. 하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해나갈 거라고. “정상을 향한 욕망이 적다고 볼 수도 있는데…. 위험하다 싶으면 내려와서 다음에 도전하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그렇다고 이게 포기는 아니죠. 내 몸만 멀쩡하면 또 갈 수 있는 거니까. 지금 안가면 내가 언제 가겠냐는 생각이 사고를 부르는 거예요.” 

10글자로 이번 원정을 말해 달라는 리포터의 돌발적인 질문, 그는 ‘지금부터 제2인생의 시작’이라고 답했다. 많은 것을 결심하고 담아 돌아온 그 포부대로 앞으로 인생 원정을 멋지게 해나가기를 기대한다. #